시코쿠 지방 곳곳에 위치한 88개소의 사찰을 순례하는 1,200년 역사의 시코쿠 헨로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견주어도 손색없다. 총 길이 1,130km의 이 순례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번 코스를 통해 일본의 불교 문화에 첫 발을 내딛어본다.
JR 시도역, 코토덴시도역
1일
소원 성취의 사원’으로 알려져 있는 시도지 절은 시코쿠 88개 순례지의 86번째 장소입니다. 사누키시에 위치한 이곳은 긴 여정이 끝나갈 무렵의 순례자들을 끊임없이 맞이합니다. 시도지 절에는 넓고 숲이 우거진 부지와 많은 사당과 건물이 있습니다. 사원은 무서운 수호신을 상징하는 한 쌍의 동상이 측면에 있는 수호신의 문인 니오몬(인왕문)을 통해 들어갑니다. 이것들은 현재 국보로 지정된 작품을 여럿 제작한 불상의 거장 운케이(1150~1223)가 조각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문 자체는 1671년에 다카마쓰의 다이묘 영주에 의해 사원에 기증되었으며, 그 영주는 그해에 시도지 절에 새로운 본당을 지었습니다. 문과 본당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사원의 또 다른 상징은 1975년에 증축된 새빨간 33m 탑입니다. 또한 유명한 조경 건축가인 시게모리 미레이(1896~1975)가 설계한 고산수 정원인 무젠테 정원도 놓칠 수 없습니다.
절의 본존은 11개의 머리를 가진 자비의 보살인 십일면 관음입니다. 이 보살을 본떠 만든 목상은 헤이안시대(794~1185)에 편백 나무 하나를 이용해 조각한 것으로 매년 7월 16일 단 하루만 일반에 공개됩니다. 이 목상보다 사원에 있는 또 하나의 상, 다쓰에바(탈의파)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다소 많을지도 모릅니다. 이 목상은 매월 17일 다쓰에바도 사당(탈의파당)에 전시됩니다. 일본의 민간 전승에 등장하는 다쓰에바는, 죽은 이의 영혼이 내세에 도달하기 위해 삼도내를 건너야 하는 불교 사후 세계에서 죽은 자들을 기다리는 인물입니다. 다쓰에바는 강을 건넌 자들을 잡아다가 옷을 빼앗고 나무에 매달아 놓습니다. 그런 다음 옷의 상태를 보고 사람의 죄의 무게를 판단하고, 죽은 이들이 심판을 받기 위해 지하 세계의 왕인 염라의 궁전으로 넘어가기 전에 다양한 처벌을 내립니다. 시도지 절의 또 다른 당에서는 십일면 관음의 형태로 안치되어 있는 염라대왕을 모시고 있습니다. 시도지 절에서 두 본존은 같은 신의 화신으로 여겨집니다. 염라대왕 목상도 매월 17일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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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종파 천태종의 나가오지 절은 시코쿠 88개 순례지의 87번째 장소입니다. 그 역사는 739년 교키(668~749)라는 승려가 시코쿠를 여행하는 동안 이곳을 방문했을 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가오지 절은 시코쿠 순례의 창시자로 추정되는 구카이(774–835)와도 관련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젊었을 때 밀교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중국으로 떠나기 전에 이곳에서 의식을 행했다고 합니다. 일본에 돌아온 구카이는 다시 나가오지 절을 방문하여 경내를 확장했습니다. 사원에 옛부터 있던 사당들은 오래전에 화재와 전쟁으로 사라졌습니다. 건축물들의 지금 형태는 나가오지 절이 다카마쓰의 다이묘 영주들의 비호를 받던 에도시대(1603~1867)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범종이 걸려 있는 정문은 1694년에 지어졌으며 경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입니다.
다른 명소로는 1913년에 다카마쓰의 역사적인 리쓰린 공원에서 현재 위치로 옮겨진 동문과, 많은 서사극 및 연대기에서 언급된 비극적인 인물 시즈카 고젠(1165~1211)의 기념비가 있습니다. 시즈카는, 군사적 기량으로 유명한 전사이며 훗날 가족과 절연하고 수배자가 된 미나모토노 요시쓰네(1159~1189)의 애첩이었습니다. 두 연인이 추격을 피하기 위해 헤어진 후, 시즈카와 그녀의 어머니는 나가오지 절을 방문했다고 전해지는데, 이곳에서 불교 승려가 되기로 결정했습니다. 시즈카가 자신의 결의를 보여주기 위해 깎아 낸 머리카락은 기념비 근처에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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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종의 성지인 오쿠보지 절은 시코쿠 88개 순례지의 88번째이자 마지막 사원입니다. 이 사원은 카가와현과 도쿠시마현의 경계 부근 해발 774m의 뇨타이산 중턱에 펼쳐지는 경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방문객뿐만 아니라 순례자들도 방문하는 장소가 되고 있으며, 그 중 많은 순례자가 순례의 마지막 세 사원을 둘러보는 투어에 오쿠보지 절을 포함시킵니다. 사원 자체의 역사에 따르면, 8세기 초 교키(668~749)라는 승려가 시코쿠를 여행하는 동안 현재의 오쿠보지 절 부지를 방문했을 때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이 사원은 또한, 본당 뒤의 가파르고 독특한 모양의 절벽 위 동굴에서 금욕 수행을 했다고 알려졌으며 시코쿠 순례의 창시자로 추정되는 구카이(774~835)와도 관련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동굴에서 구카이는 의약과 치유의 부처인 야쿠시(약사여래)와 닮은 모습을 조각했고, 불교의 3대국인 인도, 중국, 일본을 지나온 지팡이를 봉납하고 그곳을 오쿠보지 절(‘커다란 구멍이 있는 절’)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사원 경내에는 대부분의 시코쿠 순례자들이 오쿠보지 절에서 긴 여정을 마친 후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에 사원에 바치는 지팡이 봉납당이 있습니다. 다이시도 사당 옆에 있는 이 봉납당의 지팡이는 매년 봄과 여름에 불태우는 의식을 하고 폐기합니다. 오쿠보지 절 방문객은 다이시도 사당 지하에 있는 방으로 내려가면, 시코쿠 순례의 기분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 방에는 여든여덟 사원의 각 불상을 본떠 만든 88개의 조각상이 참배로를 따라 모셔져 있습니다. 각 조각상 앞의 바닥 아래에는 묘사된 신을 모시는 사원에서 가져온 모래 주머니가 있습니다. 이 모래는 해당 사원의 성지를 나타내며 그것을 밟은 사람이 실제 성역을 방문한 사람과 동일한 축복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짧은 순례는 건강이나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실제 순례 길을 여행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해발 약 450m에 위치한 오쿠보지 절은 겨울에 가끔 눈이 내립니다.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가 되기 직전인 11월에는 경내 도처에 자라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의 단풍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로 붐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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